"화면을 달고 싶은 게 아니에요. 벽이 화면이었으면 좋겠어요."
강남구 선릉로 청담빌딩, AI 기술기업 ㈜아크릴의 사옥 프로젝트는 이 한 문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인공지능을 만드는 회사의 공간이라면, 방문객이 들어서는 순간 그 기술력이 느껴져야 한다 — 그런데 벽에 TV를 걸거나 전광판을 돌출시키는 순간, 공간은 '장비가 놓인 사무실'이 됩니다. 고객이 원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공간 그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요청이 어떤 판단들을 거쳐 가로 3.84m 매립형 LED 미디어월로 완성됐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기업 담당자에게, 사양표 뒤에 숨어 있는 실제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드리기 위해 씁니다.
1. 니즈를 사양으로 번역하기 — 세 가지 조건
첫 미팅에서 요청을 정리하니 세 가지 조건이 나왔습니다.
꺼져 있을 때도 공간이어야 한다 — 화면이 꺼진 시간에도 인테리어가 무너지지 않을 것
가까이 와도 선명해야 한다 — 방문객이 화면 앞 1~2m까지 다가와 기술 데모·모션그래픽을 보는 동선
회사의 콘텐츠를 담을 만큼 커야 한다 — 기업 소개 영상, GPU 연산 모션그래픽, 브랜드 필름
이 세 조건은 각각 설계 결정으로 번역됩니다. ①은 매립 + 검정 벽면, ②는 파인피치, ③은 벽면 전폭에 가까운 크기. 니즈가 명확하면 사양은 따라옵니다 — 반대로 사양부터 고르면 니즈가 표류합니다.
2. 피치의 결정 — 왜 P1.86이었나
이 현장의 시청 동선은 이중적이었습니다. 업무 공간에서 바라보는 중거리 시청과, 방문객이 화면 바로 앞까지 다가서는 근접 시청이 공존합니다. 근접 시청이 있는 공간에서는 가장 가까운 시청자가 피치를 결정합니다 — 저희가 모든 실내 설계에서 지키는 원칙입니다.
P2.5로 가면 예산은 내려가지만 1~2m 근접에서 픽셀 격자가 보이기 시작하고, P1.2급 초파인은 이 시청 조건에 과사양이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P1.86이 답이었습니다. 가로 3,840mm ÷ 1.86mm = 해상도 2065×1032 — 근접에서도 입자가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대형 화면과 세밀한 표현력의 균형점입니다. (해상도가 크기÷피치로 계산되는 원리는 LED 스크린 해상도 가이드에서 다뤘습니다.)
3. 매립의 디테일 — "벽처럼 보이려면" 필요했던 것들
이 프로젝트의 난이도는 화면이 아니라 화면의 테두리에 있었습니다.
제로 단차 — 화면 표면과 벽 마감면을 한 면으로 맞추기 위해, 프레임 깊이와 마감재 두께를 역산해 벽체 단면을 설계했습니다. 매립은 마감 공사보다 먼저 결정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검정 벽면과의 연결 — 벽면을 검정 톤으로 통일해, 화면이 꺼지면 벽의 일부가 되고 어두운 배경의 콘텐츠가 재생될 때는 화면과 벽의 경계가 사라지도록 했습니다. LED는 검은 픽셀이 빛나지 않는 자발광이라 가능한 연출입니다
전면 정비 구조 — 매립형의 함정은 수리입니다. 벽 속에 묻힌 화면을 뒤에서 열 수는 없으므로, 모듈을 앞에서 한 장씩 탈착하는 전면 정비 방식으로 구성해 매립의 미관과 유지보수를 모두 확보했습니다
천장 라인·조명·바닥 반사까지 — 대형 화면은 공간의 빛을 바꿉니다. 화면 밝기를 실내 조도에 맞춰 세팅해, 켜졌을 때 시선을 끌되 공간을 압도하지 않는 지점을 잡았습니다
4. 완성 — 켜지면 무대, 꺼지면 벽
완성된 화면에는 해양 영상, GPU 연산 모션그래픽, 기업 소개 필름이 흐릅니다. 색이 강한 영상에서는 LED 특유의 색감과 밝기가 살아나고, 어두운 그래픽에서는 검정 벽과 화면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콘텐츠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몰입감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화면이 꺼진 순간 — 그 자리는 다시 정돈된 검은 벽입니다. 첫 미팅의 요청, "벽이 화면이었으면 좋겠다"가 그대로 구현된 셈입니다.
방문객을 맞이할 때는 브랜드 화면으로, 내부 행사에서는 발표 배경으로, 평시에는 기술 홍보 콘텐츠가 반복 송출되는 디지털사이니지로 — 하나의 벽이 세 가지 역할을 합니다.
📷 현장 사진과 납품 사양 전체는 원본 설치사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크릴 사옥 P1.86 매립형 미디어월 설치사례
5. 이 프로젝트가 남긴 세 가지 기준
비슷한 공간을 검토하는 분들을 위해, 이 현장이 확인해준 원칙을 정리합니다.
니즈를 먼저 문장으로 만들라 — "몇 인치, 몇 피치"가 아니라 "꺼져 있을 때도 공간이어야 한다" 같은 문장이 좋은 설계를 만듭니다. 사양은 그 번역입니다
매립은 인테리어 공정과 한 팀 — 벽체 단면·마감재 두께가 화면 사양과 맞물리므로, LED 업체는 도면 단계에 들어와야 합니다 (실무 디테일: 인테리어 현장의 LED 미디어월 실무 가이드)
매립형은 전면 정비가 기본 — 미관을 위해 유지보수를 포기하는 설계는 3년 뒤의 후회입니다
기업 로비·사옥 미디어월의 일반 설계 기준은 로비 LED 전광판 가이드에서, 전체 기초는 LED 전광판 완벽 가이드에서 이어집니다.
우리 사옥의 벽면 사진 한 장이면, 이 현장과 같은 방식으로 — 니즈의 문장부터 사양의 번역까지 — 함께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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